세랄이 테란전에 약하다고 평가받기 시작한 건 작년 말 혹은 올해 초에 단행된 대격변으로 인해 점막과 여왕의 수혈이 너프되기 시작한 후부터입니다.
우습게도, 그전까지는 토스전이 약점이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구요. 테란전이 약하다는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었죠.
하지만 대격변 이후 점막이 펼쳐지는 속도가 하향되고, 여왕의 수혈 효과가 체력 125 즉시 회복에서 75즉시 회복, 50의 체력은 7.14초동안 서서히 회복으로 바뀐 후에는 유난히 테란전은 저프전이나 저저전에 비해서는 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오고 있습니다.
오히려 박령우가 세랄에게 저저전은 정말 한참 뒤쳐지지만, 테란전에 한해서는 앞선다고 평가받기도 할 정도.
하지만 이는, 애초에 수비적으로 쓰이고, 세랄의 완벽한 초반 수비를 가능하게 했던, 점막과 여왕의 수혈 너프에서 기인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좀 더 적절할 듯 합니다.
그렇게 보면 왜 토스전은 아직도 잘하지? 라는 물음도 해결될 수 있고, 왜 최근의 테란의 스팀팩과 EMP 버프에 대해서 세랄이 이례적으로 자신의 공식 트위터에 분노의 글을 남겼는지도 이해가 가기 때문입니다.
여왕은 무장갑입니다. 저그 중에서 무장갑인 유닛은 맹독충과 여왕, 궤멸충 이렇게 세 유닛 정도죠. 따라서 주로 중장갑과 경장갑에 추가데미지를 입히는 소수의 유닛에 의존하는 토스라는 종족 특성상 저프전에서는 여왕의 수혈 너프가 저그 vs 테란전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또한 점막도 테란전에 비해서 토스전에서는 펴치는 속도 너프가 상대적으론 덜 치명적이구요.
하지만 테란의 경우는, 저그에게 있어서 테란전은 어떠한 경우에도, 아무리 인구수가 크게 앞서는 상황이라도, 점막 밖에서 싸우면 안되는 종족전이었는데, 거기에 점막이 너프되고,
또한 보통 해병이 주류를 이루고, 거기에 중장갑 추뎀을 받지 않더라도 여전히 강력한 데미지를 자랑하는 공성전차가 주된 병력 구성인 테란의 특성상 여왕의 수혈 너프도 상당히 크리티컬하게 작용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세랄과 이신형의 최근 경기를 보면, 점막이 살짝 늦게 깔려 있어서, 혹은 여왕의 탱킹이 조금 부족해서, 등으로 트리플 돌 뒤나 언덕에 자리잡은 공성전차와 해병 의료선 조합을 걷어내지 못하고 후반까지 가보지도 못한 채 허무하게 경기가 끝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세랄의 스타일이 작년과 바뀐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wcs 윈터에서 레이너에게 우승컵을 내주는 등 작년만은 못한 결과(물론 wcs 윈터는 유럽과 아메리카가 나눠진 대회라 1티어는 아니었지만)를 보여준 것.
그리고 작년만큼 초반에 여왕을 많이 뽑지 않는 것,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보면, 어쩔 수 없이 대격변 이후에 스타일을 바꿀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밸런스가 무너진 결과다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듯.
실제로 그래서 현재 저그의 땅굴이 언밸런스 소리를 들으면서도 중간에 살짝 한번 너프만 되고 아직까지 여전히 살아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대격변 이후에 땅굴 버프를 해준 이유도, 이대로 가면 저그 다 죽는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었기 때문.
박령우가 최근의 2019 gsl 시즌2에서 땅굴로 생애 최초 gsl 우승을 하고, 세랄도 홈스토리컵에서 전태양을 상대로 땅굴을 4개씩이나 한번에 건설하는 약간 실험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도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훨씬 잘 되게 되죠.
참고로 자극제 20초 일찍 완료되는 버프는 의료선 타이밍을 어차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큰 차이가 안날수도 있지만, 요즘 테란들 하는거보면 그냥 의료선 없이도 저그전에서는 찌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좀 봐야할 것 같고,
유령 EMP 범위 버프는, 이대로면 감염충의 진균번식 범위와 똑같아지기 때문에, 확실히 저그가 테란 상대로 감염충 운영이 훨씬 더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특히나 저그와 토스는 이대로라면 후반 가서 유령 나오면 아예 못이기는 경기 양상이 될 수도.
일단은 밸런스팀에서도 상당히 실험적인 패치라고 하긴 했으니 좀 더 지켜봐야하겠네요. 정식 반영 될지는 미지수입니다.